메르시 Merci 구경
거의 파리 셀렉숍 하면 메르시. 막 메르시 팔찌~ 이런 걸로 유명하니 한 번은 가봐야 한다.
파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언니한테 파리 마켓 리서치할 만한 곳 리스트를 받았기에, 메르시 포함 근처 여기저기 들를 예정이었음.
메르시 앞에서 부장님과 잠깐 멈칫했을 뿐인데, 어떤 파리쟝이 갑자기 찍어줄게~~~ 이러는 것이다. (뭐 또 가족인 줄 알았나 보지ㅋㅋ) 친절 거부하기도 뭐해서 빨리 찍고 끝냈는데, 안 그래도 짤막한 몸뚱이는 그냥 트롤이 되었고. 물론 뒤에 함께 나와버린 언니들은 각도 상관없이 이쁘시다... 구도는 아주 신박해서 메르시 간판은 하나도 안 보이고 돌바닥만 절반이다. ㅋㅋ
귀여운 사진 솜씨였고, 비교적 우리나라 젊은이들 사진 감각이 상향 평준화되어있는 거구나 하고 느꼈다. 베트남에서 엄마랑 투샷 예쁘게 찍어줬던 한국 여성분들의 노련함이 스쳐간다. 아니 근데 애초에 저 사진은 찍고 싶지도 않았다는 점이...!
여러 편집샵을 들렀지만 그 중에서도 메르시는 정제된 하이패션보단 이런 느낌(코트니하고 보일, 거즈 느낌의 에코 프렌들리 패브릭?) 옷을 많이 바잉하더군. 내 담당 바이어도 이런 무드를 추구하기에 시장조사로서 도움이 됐다. 국내 백화점에 없어서 인터넷으로만 보던 곳의 옷들도 만져 보고, 새로운 브랜드도 스크랩하고.
출장비를 잃다?!
사진의 이 장소쯤에서 과장님, 부장님과 생각보다 이르게 다시 만나게 되는데... 출장비 현금 봉투를 못 봤냐는 과장님의 초조한 질문. o_0 안돼... 결국 출장비는 영영 잃어버렸다. 지하철 표 끊다가 두고 왔단 것이 유력한 가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적어도 17만 원, 많으면 30만 원가량의 상당한 경비였던 거 같은데. 복대에 가까운 안전한 쌕을 매고 다니던 과장님이신데 ㅠㅠ 봉투가 사라지다니 아찔했다.
어쨌든 나는 잘 돌아다녔다. 메르시를 나와서는 각자(나 & 과장부장님) 흩어지고, 혼자 뽈뽈거릴 수 있는 최애 타임.
평소 우리나라에서는 '왜인지 이 비싼 걸 구매하진 않을 행색'이 스스로 의식되는 바람에 고가 브랜드를 편하게 구경하지 못한다. 물론 직원들이 가까이 바짝 붙어서 부담 주는 문화이기 때문도 있고.
그러나 외국의 낯선 도시에서는 관광객 특전도 있겠다... 맘 편하게 쇼핑을 누릴 수 있다.
남한테 사진 찍어달란 건 우리나라든 타국에서든 뻔뻔하게 한다. 어차피 뒤돌아서면 평생 볼 일 없는 (고마운)분이니까.
Excuse me bonjour! could you take my picture? could you take it from this angle? Merci! 근데 민망해서 그랬는지 웬 지토 머리를 하고 어색하게 찍혔다
아 초등학교 때 영어교과서 CD로 교육 게임(?) 나름 즐겁게 했는데ㅋㅋ 그 시디 지금은 버렸겠지? 지토, 줄리 등등의 추억
브로큰 암!
편집샵 이름이 BROKEN ARM 브로큰 암.
파리쟌 디자이너 언니 말로는 여기도 바이어들이 많이 들르는 편집샵 중 하나라더군. 베를린, 스톡홀름? 느낌의 바잉에 살짝의 스트릿이었다. 청담 레어마켓도 떠오르고.
비싸고 귀한 옷들이어도 전부 막 갖고 싶은 취향은 아니었다. 하이엔드 디테일과 다양한 원단 인스퍼레이션, 몰랐던 브랜드들 잘 스크랩한 시간이었다
쇼케이스의 치즈들이 군침 돌게 했다. 만약 나 혼자 파리에 왔다면 삼시 세 끼를 파스타로만 먹었을 거야! 느끼한 것이 좋음
이렇게 오늘의 마켓 리서치 일정을 마치고. 다음 행선지는 멀지 않은 <에투알 개선문>!
난 분명 빡세게 리서치했는데, 알다시피 의류 매장에서 사진 많이 찍기도 쉽지 않고(지만 나는 많이 찍었다) 그걸 잔뜩 웹에 올리는 게 매너도 아니라서. 필연적으로 포스팅만 보면 출장 아니고 놀다 온 거 같을 거야 ㅠ. ㅠㅋ
어차피 아무도 관심 없는 일기장이라 상관없지만, 1/1000의 우연으로 회사 관계인이 발견할 때를 대비하여 이렇게라도 해명문을 남겨놓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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