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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기록

디자이너 독일 출장, 설레던 뒤셀도르프 첫날

바이어 미팅 준비

이건 작년 여름의 이야기.

코비드가 전 세계를 휩쓰는 요즘, 해외여행은 커녕 집 앞 카페 가는 길조차도 조심스러운 이 시기에

작년 이맘때의 더운 햇빛과 분주한 공기가 그리워져서 남기는 스크랩 북 같은 것임.

 

 

디자인실에서 수다 떨다가 언니가 장난삼아 묶어 줬다, 지금은 시원하게 뎅강 잘라버린 머리카락

 

지난해 5월 말은 한참 바이어 미팅 준비를 시작하는 때였다.

패션 디자이너이니 막 옷을 디자인하고 만들기 시작하던 때라고 해야겠지?

 

일찍 더워진 날씨에 사무실 에어컨은 빵빵하게 틀어가지고, 개운하게 찹찹한 공기 속에서 맨 팔뚝 슥슥 쓸어가며 열심히 옷을 만들던 한 달간. 기억이 마냥 미화된 감도 있지만 아무튼 돌이켜보면 은은하게 좋았던 19년의 초여름이다.

내년에 지금 이맘때를 떠올려도 또 좋으려나

 

 

뭐 이런 것들을 포함한 내 디자인 카탈로그

 

옷과 그 옷을 바이어에게 어필할 시각 자료 등을 밤새 만들고, 내가 직접 입고서 셀프 룩북을 찍어 편집도 하고. ☉_☉ ㅋ

비즈니스 시작 이래 처음 가게 된 유럽 본사 미팅이라 나름 책임감을 가지고 짧은 기간 다양한 시도를 했다.

 

모든 일이 그렇듯 타이밍에 따라 '이미 주사위는 던져진' 부분도 크지만, 욕심 내어 덧붙여감으로써 준수한 결과물로 빚어낼 수 있는 여지는 항상 남아있으니까... 유난스러워 보여도, 결과로 말하는 직업이니까 최대한 겸손한 자세로 열심히 해야 함.

 

근데~!! 작년에 한 것들 지금 보면 오그라들고 아쉽다. 매 시즌 눈이 높아지고 발전해간다는 방증일까

 

 


파리 찍고 독일로

경유지인 파리 공항까지 열두 시간? 지루함은 모르겠고 걍 설렘
아직까지 기내식 좋아해서 꼬박꼬박 사진 남기는 편 ^^;;

 

대한항공을 이용했다. 기내식은 나에게 늘 맛있다.

뜨거운 은박지 대비 입에 넣으면 '덥힌' 수준인 음식 온도나, 서걱서걱 습한 과채라든가 그런 조리식품과 요리 절반쯤에 걸친 맛도 나름 좋아 ~_~

 

미팅 전까지 5kg가량 살이 쭉 빠졌었는데, 이 기내식을 기점으로 출장 일주일간 야무지게 챙겨 먹고 도로 피둥피둥 살 찌워서 돌아왔다는 슬프고 건강한 이야기.

 

 

독일 뒤셀도르프 공항까지 가는 여정, 파리 샤를 드 골 공항에 내려 2시간 경유 대기해야 했음.

공항 내부 상점 등을 살짝 돌아다녔지만 딱히 오래 볼 것도 없고 일행(부장님&과장님)과 만만한 스타벅스에 자리 잡았다. 이름 물어보는데, 멀쩡한(짤막하고 동양인이 불리기에 안 어색한) 영어 이름 두고서 킴이 자동으로 튀어나가는 버릇!

 

비행 내내 배탈 나서 고생한 주제에 아이스 라테를 시켰었구나.

배탈 멎는 약(지사제?) 요청하고 싶은데 영단어를 모르니 비행기 뜨기 직전에 막 검색했었지...

결국 한국인 승무원이 짜 먹는 튜브형의 좋은 약을 갖다 주셨고 간신히 회복했다 흑

 

 

샤를 드 골 공항에서 저기 있는 작은 비행기를 타고 목적지인 독일 뒤셀도르프로 갈 것이었다.

제주도 갈 때 탔던 거보다 훨씬 작았다. 기내에 폭 앉으니 작음이 더 실감 났음. 스릴을 좋아해 기체가 덜컹덜컹해도 흥미로울 뿐이었다.

 

뒤셀도르프에 도착하니 밤 열 시쯤? 하늘이 깜깜했다.

할러데이 인? 이던가, 도미인 타입 숙소에서 첫날밤을 보냈다. 정말 잠만 자고 조식만 먹을 거니까 합리적인 숙소.

나는 다음날 입을 구겨진 드레스를 다려 놓고 푹신한 흰 침대에서 기분 좋게 곯아떨어졌음

 

 


뒤셀도르프에서 미팅!

출장자 중 혼자 여성으로서 숙소를 단독으로 쓰게 되는 것이 장점이었다. 초간단 뷔페식에선 과일만 먹었다.

미팅 첫 번째 날―총 네 개 팀을 만나는 미팅 스케줄은 이틀에 걸쳐 어레인지 되었다―당일 아침.

상습 늦잠쟁이지만 미팅 당일만큼은 온몸에 새겨진 긴장감 때문에 초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그래서 나름 일출 비슷한 것도 볼 수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내가 별로(전혀) 긴장하지 않는 타입으로 보인다고 하는데, 그게 참 다행이다. 센 척이 통하고 있었어 :-( ㅋㅋ

 

 

처음 방문한 바이어 본사 앞에서.

디자인실 언니가 보더니 수학여행 간 학생/담임/부장샘 같다고 했다 윽ㅋㅋㅋ

예외적으로 부장님께서 먼저 사진 남기자고 하셨던 거 같다, 출장 내내 보통은 내가 먼저 사진기를 들었었는데.

나는 몰라도 두 분께선 아주 오랜 기간 비즈니스를 해왔으니 짧게나마 감회가 남다르지 않았을까 싶군.

 

막내로서 치얼업 담당을 나름 한다고 했으나 원래 아주 무덤덤한 성격이라서 활발한 느낌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출장이든 여행이든 경험상 남는 건 사진이 팔 할이니까, 틈틈이 셀카봉 휘리릭 세워두고 여기서 찍으셔야 해용~ 등의 유도로 사진은 상당히 남기게 됐음

 

 

본사는 다들 바쁘고, 우리처럼 미팅을 기다리는 서플라이어 팀도 많고. 아시안 서플라이어는 우리밖에 못 봄.

로비에서 한두 시간? 예정된 스케줄보다 꽤 오래 기다림의 시간을 가졌다.

우리보다 한 시간을 더 기다리다 열 받은 타 서플라이어 대표님(인디아 여성)과 짧게 얘기도 나누고,

다른 회사 샘플들을 곁눈으로 훑어보거나 개성 있게 멋지고 예쁜 본사 직원들도 살짝 구경하다가... 미팅에 들어갔다.

 

 

첫날 미팅 좋았다. 나이스한 PM과 귀여운 디자이너는 준비한 옷들에 좋은 반응을 보였고~ 긴장이 확 풀어짐.

오더할 스타일 구상을 즉석에서 받기도 하고, 기록하고 뭐 하구 바빴지만 개운했다.

그리고 점심 식사!

 

 

교외에 위치한 대기업의 복지란! 구내식당이 애슐리급이었다. 다시 보면 그때만큼은 아닌데 당시에는 감동이었다.

치즈, 파스타, 바질향 묻은 다양한 드레싱 음식(?) 이런 것 매우 내 스타일이라서. ◡‿◡

뷔페식이고, 내가 가져온 건 찔끔찔끔 별 거 없어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콜드 디쉬 쪽으로 요리가 다양하고 과일이나 디저트도 선택지가 다양해서 멋졌다. 부럽더구먼.

 

 


숙소를 향해

출장 첫째 날의 미팅 스케줄이 끝나고, 숙소 찾아가는 길. 한국인 주인께서 운영하는 한인 민박이 예약되었다.

주관적으로 민박 정말 만족스러웠다...! 다음 글에 써야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