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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기록

독일 출장 2, 민박에 짐 풀고 현지 맥주에 학센

아기자기한 민박집

바이어 미팅 첫째 날 스케줄을 탈없이 마치고 이제 숙소로 가는 길.

참. 내가 간 6월 말은 유럽 내 기록적인 무더위로 보도되던 때였다. 그 와중에, 바이어 회사의 에어컨 전격 고장!

 

더위를 덜 타는 편인 나는 괜찮다면 괜찮았으나, 부장님과 과장님께선 구슬땀을 또르르 흘리며 하릴없는 손부채질을 하셨다. 나 또한 뻣뻣하고 얄팍한 리넨 원피스를 입은 바람에 땀에 젖고 마름을 반복하던 환경이 아주 유쾌한 건 아니었던 듯하다. 굳이 돌이켜 보면 그렇다ㅎㅎ 채광이 끝내주게 멋진 거대한 컨테이너 안에 있는 느낌이었다. 바이어들도 계속 크레이지한 상황이라고 미안하다며 우스워했다. 중앙관리시스템이라 회사 본관이든 별관이든 전체 에어컨이 나가 버렸고~ 금방 고치기 힘들다나?

 

 

내일 미팅도 빼도 박도 못하게 더위 속에서 이루어지겠네요, 하며 숙소로 가는 택시를 탔다.

시원한 에어컨 공기로 가득 찬 택시가 반가웠던 기억. "야, (독일 아니랄까 봐) 여기는 택시가 벤츠다~" 오가는 뻔한 얘기로 타지에서의 설렘에 가볍게 들뜬 티가 났다.

 

맑은 새파랑 하늘 아래 키다리 나무와 빽빽한 건물 그림자가 드리운 골목으로 진입.

 

 

사진의 장점이 이런 거 아닐까! 처음 가보는 독일 그 자체에 설렜던 순간이 떠오르며 기분이 좋아진다.

옷과 자료로 가득 찬 대형 캐리어 2개를 들고 엘리베이터 없는 계단을 낑낑대며 오른 끝에 숙소에 진입했다.

한인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하이네 민박. 공용 부엌과 화장실이 있고 방이 서너 개 딸린 층인데 마침 이용객이 우리뿐이었다. 시기상 그랬다던가? 뒤셀도르프에서 하는 기술 관련 박람회가 끝나고 손님이 빠지는 때였다던가, 가물가물하지만 아무튼. 덕분에 가정집에 세 들어 지내는 것처럼 2박을 편하게 묵을 수가 있었다.

 

 

<고흐의 방>이 생각났던(???) 높은 천장고와 낮은 침대, 귀여운 조명과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얌전하게 들어찬 방

내가 이용하게 된 방~ 세월의 냄새가 조금 느껴지면서도 아주 단정하고 깔끔한 방이었다.

나는 원체 숙소에 까다롭지 않지만, 이 정도면 민박이고 어디고 간에 괜찮은 편 아닌가? 특히 혼자 쓰기엔 우수하다.

서울에서는 늘 도회적인 공간에 지내니까, 이렇게 예스러운 유럽 할머니 집 분위기 느껴보는 거 너무 좋은데.

아무튼 아늑하고 낯선 분위기가 마음에 쏙 들었다.

 

 

탱글탱글 체리와 살구
아기자기 부엌♡ 큰 창으로 불어드는 바람 덕에 에어컨 없어도 선선하다

상주하는 민박 주인 사장님께선 친절 담백했다.

각자 짐을 푼 뒤 식탁에 앉아서 과일 먹으며 사장님께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다.

우리가 의류 기업과 미팅하러 왔다고 했더니 근처에 있는 옷가게도 몇 군데 알려주시고, 간단한 독일어 발음도 알려 주시고. 예를 들어 에챈엠 H&M은 독어로 H Und M이라 하운엠 이라고 한다구 ㅋㅋㅋ 써먹을 일은 없었지만.

 

그리고 뒤셀도르프에 화웨이 기업이 들어오면서 중국인 유입이 늘었다고 하셨다.

중국인들이 명품 잘 산다고도 하고. 중국 사람들 때문에 집 얻는 것도 굉장히 힘들고 집값도 비싸졌다고 하더군.

 

 


현지인과 현지 식사하러!

숨 조금 돌리고 이제 자유시간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스케줄이 있었다.

함께 비즈니스 하다가 퇴직한 바이어 회사의 전 PM과 캐주얼하게 식사하기로 되어 있었더군.

백발의 멋진 독일 아저씨(할아버지?)로, 나는 모르는 분이다. 주로 부장님과 얘기 나누셨음.

 

 

등에 땀이 흥건하게 맺힐 정도의 더위
이건 트램이 다니는 철도인가?

뒤셀도르프 도시는, 2차 세계대전 때 다 부서졌기 때문에 독일에서 거의 유일하게 신시가지와 구시가지의 구분이 없다고 한다(신식 건물만 가득). 민박 사장님이 해 주신 얘기.

빽빽한 마천루가 아닌지라 여유로워 보여 그렇지, 듣고 보니 모던 건물들만 눈에 담겼다.

 

 

여기가 뒤셀도르프의 랜드마크 중 하나라고 하는 것 같던데. 차분한 분위기가 아름다웠다.

 

 

나무 조경이 유머러스한데?ㅋㅋ 뒤로 보이는 큼직한 건물은 바로
백화점 '카프호프(kaufhof)'

씩씩한 위용을 자랑하는 백화점 카프호프 건물. 이런 건 무슨 양식이지?

백화점에서 시장조사를 하고 싶었는데 단체 스케줄로 인해 결국 들어가 보진 못했다.

 

 

우리나라에 없는 몬키(MONKI). 어린애들이 입는 가성비 브랜드로 알려져 있는데, 미드 세일로 50%까지 하다니ㅋㅋ

시장조사 겸 내 옷 구경할 겸 꼭 가보고 싶었지만! 개인행동은 어려운 상황이어서 패스.

+탑샵 TOPSHOP도 우리나라에 스토어가 없어서 평소에도 꼭 가고 싶었는데 게다가 세일까지 하는데! 못 갔엉

 

 


바삭 쫀득한 학센 ´ε`♡

걷고 걸어 식당에 도착.

독일 음식 하면 맥주, 소시지, 학센(TV에서 봄ㅋ) 정도만 알고 있는데 그 학센을 먹으러 왔다.

독일 현지인 분께서 추천하는 식당이니 더 맛있겠지!

 

 

학센과 소시지, 독일식 돈가스로 알려진 슈니첼을 포함한 플래터와, 매쉬드 포테이토와 시큼한 샐러드 등이 차려졌다.

학센은 바삭한 껍질과 질기지 않고 고소하게 익은 고기 속살이 일품이다.

다시 말하지만 도톰 바삭하게 굽힌 껍데기가 가장 매력적이다. 느끼하지도 않다.

 

민박 사장님은 독일 현지 식당 학센은 한국인 입맛에 좀 짭짤할 거라고 하시며 덜 짠 학센 집을 추천해 주시기도 했는데, (전) PM 분의 추천으로 먹게 된 학센은 전혀 무리스럽지 않았다.

 

 

부장님께서 비즈니스 얘기, 시황과 전망 얘기 등을 나누시고 과장님은 조용히 호응하시는 동안 나는 음식에 집중했다.

술에 조예가 상당히 얕은 나로서는 생맥주가 전부 맛있었다고밖엔 표현을 못 하겠다.

 

 

말끔하게 비운 접시
가게를 나서다가 찍은, 다른 사람이 시킨 학센 1인분 접시

우리는 처음이고 하니 모둠 메뉴를 시켜서 나눠 먹었지만 보통(성인 남성)은 저렇게 1인 1 학센을 하는 거 같더라.

테이블에 둘러앉아 각자 한 다리씩 뜯는 느낌? 저기 마늘처럼 생겨서 김치dna 군침 돌게 하는 가니쉬는 마늘 아니고 감자임. 정말 맛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팔았으면 좋겠다.

 


뒤셀도르프 하픈 산책, 라인 타워

뒤셀도르프는 아름다운 항구 도시. Hafen(하픈, 하펜)=항구라는 뜻이다.

라인강변을 따라 오래전부터 활발한 교역이 있었지만 역시 2차 대전으로 파괴되어 60년대에 다시금 개항했다고 한다.

90년대 들어서며 쉽먼트보다는 내륙 이송이 더 활발해진 고로, 재개발 계획도시처럼 항구 일부가 새로운 디자이너 건물들로 단장되었다고 하네.

 

어쩐지 아르데코 느낌의 구불거리는 단순형 건물들이나 은빛 가득한 건물이라든가, 사방팔방이 신식으로 느껴지더라니.

 

 

라인 강둑을 따라 걷는 길이 평화로움.

맥주 때문에 배가 가득 불러서 조금 힘들었지만... 환경과 공기가 좋았다.

 

 

둔탁한 다리밑에서 시선을 끌어주는 그래비티도 있고

저기 전망대처럼 보이는 타워로 갈 것이었다. 나중에 검색해서 알았지만 명칭은 '라인 타워'.

 

 

멋이 있다. 탑 아래서는 턱끝까지 처들어야 겨우 보이는 꼭대기
라인타워 입구. 입장료 티켓 끊었던 것 같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뒤셀도르프 전경. 높이가 높이다 보니 꽤 아찔했는데 사진상으론 그리 높아 보이지 않네?

 

 

건물 외벽이 전부 거울 같은 타일(?)로 뒤덮여 독특했다. 그리고 눈부셨다. 근방에 이런 특징적인 건물이 몇 채 눈에 띄었다.

아, 사진만 보면 자꾸만 한낮 같은데, 이때가 시간상으론 현지 밤 9시~10시쯤? 그냥 밤중이었다. 하긴 아까 먹은 학센이 이미 저녁 식사였으니. 교과서에서만 보던 백야현상을 제대로 체감하고 왔다.

 

 

활발하게 모임을 갖는 사람들. 요즘의 뒤셀도르프는 어떠려나

 

 


내일은 파리로

꽤 늦은 시간까지 (밝은 하늘 아래) 돌아다니다 숙소로 복귀했다.

다음 날은 미팅 스케줄을 마치고 곧장 프랑스 파리로 갈 것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