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의 마지막 날
고전적인 꿀음침... 숙소에서 하룻밤 더 자고! 아침이 밝았다.
공항에는 저녁 5시쯤 갈 거니까 그전까진 하루 일정이 통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침에 체크아웃을 하므로, 모든 짐가방을 꾸려서 숙소를 나서야 했다.
사진 찍어둔 건 없지만, 빈티지 엘리베이터가 꽤 진기했다.
아무리 오래된 건물이어도 이 정도로 구식인 엘리베이터가 있구나 하고 신기해했음. 엘리베이터 박물관이 있다면 그런 데서나 볼 법한 타디스같이 생긴 승강기! 영화에서 종종 봤던 철창살닫이 엘리베이터보다도 생소했다.
아침은 뭘 먹을까 하다, 가까운데다가 맛도 보장된 어제의 그 테라스 식당으로 브런치 하러 감.
어제는 에스프레소 오늘은 핫초코! 따뜻한 날 마시는 핫초코도 괜찮았다 크루아상이랑 같이 먹으면 완전 구수함...
상호가 <LE CARDINAL>이었구나. 무슨 뜻인가 해서 검색해 보니
이렇다고 한다. Le가 남성형 관사이니 확실히 <추기경> 모 그런 이름이겠지?
우리나라에 추기경이란 이름의 식당이 있어도 꽤 감각적일 거 같다ㅋ 난 천주교는 아니지만...
내니 백 Nanny bag 맡기고
체크아웃은 했지만 공항 가기 전에 백화점도 박물관도 막 돌아다녀야 하는데, 하루종일 묵직한 캐리어를 끌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호스트에게 짐을 맡겨놓을 수는 없겠냐고 물어보자 알려준 <내니 백> 서비스.
말 그대로 가방을 봐 주는 내니, 가방 유모 서비스인 셈으로 특정 식당이나 가게 등에 유료로 일정 시간 짐을 맡길 수 있다. 사업체 입장에서도 빈 공간에 짐만 좀 놔두고 돈 버니 좋고, 방문객들은 무거운 짐들 맡기고 편하게 다닐 수 있으니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음(가격도 괜찮) 프랑스에만 있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생각할수록 관광도시에 유용한 서비스다.
내니 백 서비스를 이용할 <스칼라(스꺌라?)> 사진상 2시 방향으로 좀 직진하다가 우측에 있었던 거 같다.
마침 내니백 맡길 곳이 옷가게여서, 부킹 확인하는 동안 시원한 가게 에어컨 바람 열심히 쐐 두면서 옷과 액세서리를 구경할 수 있었다.
소박하지만 개성있는 알록달록 옷들은 라벨이 가지각색으로 붙은 걸로 보아 우리나라로 치면 보세 같은 걸로 봐야겠지?
히피, boho 무드의 쥬얼리들이 귀여워서 귓불이나 손목에 살짝 대 보기도 하다가 나왔다.
가방 맡기고 바로 지하철 탑승! 구글 맵에 루브르 박물관을 찍고 간다.
루브르에서 관광객 행세 제대로 (~˘з˘)~
비행기 타러 가기 전까지, 파리 패션 마켓 리서치 일정은 르 봉막셰 백화점과 로드샵 정도?
내니백-마켓-내니백-공항의 동선 사이에 파리 주요 관광 랜드마크 중 어느 데든 끼워 넣을 수 있었다.
늦게 알아버린 거지만, 루브르 박물관을 관람하려면 미리 예약도 하고 시간도 맞춰 가고 그래야 한담서? ㅜ
우리는 별 생각 없이 언제 또 오겠어 루브르는 봐야지~ 하며 휘뚜루마뚜루 들렀고.
소설책이나 매거진에서만 접했던 루브르와 유리 피라미드를 드디어 실물로 봤네.
예상했던 규모보다 작았고 그래서 정감이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땐가 아빠 책장에 있던 <다 빈치 코드>, 루브르 박물관에서의 사건을 배경으로 한 소설.
어두운 주홍색 표지에 모나리자가 박힌 이 책은 뭘까 싶어 펼치자마자 한 권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던 기억이 난다.ㅋㅋ 지금 다시 읽으면 유치하려나?
당시에는 14년 인생동안 매체 겉핥기로 입력되어 있던 파리와 루브르 박물관의 이미지들을 얼기설기 조합해서 머릿속에 상을 펼치며 읽었었다. 그때 굳어진 인상은 10년이 더 지난 지금 그 책을 다시 펼쳐볼지라도 똑같이 재생될 거 같단 말이지.
책을, 특히 소설책을 볼 때, 무의식적으로 글 속의 배경을 머릿속에 그려내게 된다. 마치 꿈에 한 번도 보고 겪지 못한 것들이 생생하게 펼쳐지듯이 그런 스키마가 아닐까 싶은데. 나의 경우는 그렇게 책 한 권을 처음 끝내고서, 1년이든 8년이든 오랜 시간이 지나고 그 책을 다시 펼쳐도 동일한 배경과 디테일이 녹화본처럼 재생되곤 한다.
일례로 추리소설 <모방범>을 몇 년 간격을 두고 읽었었는데, 내가 1회독 때 맘대로 머릿속에 그렸던 공원의 색채와 나뭇잎, 갈래길, 보도블록의 생김새, 코너의 위치, 호텔 앞 가로수의 위치, 등장인물의 사건 상황별 옷차림까지 a-z 그대로 생각이 나더라고. '몇 년 전보다 지식을 더 보유한 상태로 새로이 읽어보고자 하는 2회 독자'인 내가 방해받을 정도로(self-sabotage라고 봐야 하나ㅋㅋㅋ) 소설을 읽으면서 쌓는 첫 번째 인상이 진하게 새겨진다는 것이 문득 신기하고 또 불편하고 그렇다.
?? 아무말 대잔치...
쓰려던 말은, 중학생 시절 <다 빈치 코드>를 통해 처음으로 루브르 박물관이 궁금해졌었는데, 정작 실제로 방문하니까 그 소설의 배경으로서 와 닿는 것은 전혀 없고. 완전 별개의 배경인 것처럼 괴리되더라고.
토요일인 것치고 인파는 그리 빽빽하지 않네? 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관광 성수기는 아니었나 보다. 우리 빼고 아시안은 (있었겠지만도) 전혀 못 보았기에. 해외 어딜 관광하여도 넘치는 인파 속에서 한국어나 중국어 간혹 일본어를 꼭 꼭 들어왔기에 조금의 의외감이 들었음. 이방 나라에 왔다는 느낌은 확실히 돋았다.
루브르 박물관 관람 사전 예약을 전혀 안 한 우리로서는 이 장소에서 뭔가 해결책(현장 매표 부스라든지)을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 막 저기 파라솔이나 인솔자도 있고, 여기저기 스팟이 있어 보였거든.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guess we're in the wrong place~~ 그래도 루브르 건축과 유리 피라미드 구경하며 사진도 많이 찍었으니 됐고. 이젠 소장품을 관람하러 가 볼 것이다.
그림을 보러 가고파
이젠 루브르 박물관을 슬슬 관람하러 가 볼까 했는데 흠흠,,,
자유로운 마인드로 들러가지고, 딱히 이정표도 안 보고 그냥 요리조리 나갔다 들어왔다 하면서 목적지를 더디게 찾아갔다.
아아. 현장 매표를 하면 참 가격이 아쉽고
(전날 출장비 봉투 실책 혐의가 있는 과장님께서는, 죄송합니다 제가 출장비만 안 잃어버렸어도...(쿨하게 표 사는건데) 라셨다ㅋㅋ)
하더라도 시간상 제대로 된 관람은 불가능했던 거 같다. 개운하게 마음을 비우고.
지하(?) 잠깐 시원했다. 지금은 좀 잊어버렸지만 당시 날이 뜨거웠지 참. 저곳의 서늘함 좋았다.
한산한 벤치에 앉아서 폰으로 매표 관련 이것저것 검색도 해보고~ 예약되나 확인도 해보고 그랬지 아무튼 결국은 깔끔하게 포기!
나는 안그래도 박물관을 좋아하는 타입이다. 초딩시절 역사박물관이 3개나 되는 동네에서 심심찮게 들락거리며 커왔고~! 박물관 너무너무 좋은데. 아쉬웠지만 빠른 방어기제로 다음을 기약하면 되지 뭐~ 하고 금세 노상관 모드.
근데 사실 파리 출장 와서 퐁피두센터를 못 간 것도 참 아쉽다고... 멀지도 않았는데애액 ㅠㅠ 디자이너로서도 너무 아쉬워.
속으로 짧게 기약했던 그 다음은 언제가 될까? 일단 코로나바이러스가 좀 어떻게 되고 나서. 언제일까. 서른이 몇 년 안 남았는데 나는 그사이에 또 무얼 하고 어딜 가게 될까 (아 갑자기 ㅡㅋㅋ왜이래)
어쨌든 꿈은 크게 가질 거야 ´‿`♡
루브르 뒷뜰 산책 끝
깔끔한 관람 포기 후! 다시 루브르 박물관 뜰의 정취만 느끼러 조금 시간을 더 보냈다.
짧은 영상을 다시 보니 당시의 상기된 마음가짐, 햇빛에 찌푸리던 미간 근육... 디테일 하나하나가 섬광처럼 떠오른다.ㅋㅋ
기분 탓인가, 팍 팍 치솟는 분수줄기 앞을 서성거리자니 마음이 막 시원하고 아주 살짝 벅차올랐다. 그냥 분수 아니고 유리 피라미드 옆 분수라서?ㅋㅋ 물방울이 기화되면서 기화열 흡수로 인해 시원했던 걸수도^^;
이렇게 루브르 관람 아닌 산책은 산뜻하게 끝이 났다.
다음 행선지는 아주 즉흥적으로 정했다. 센 Seine 강을 건너보기로 했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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